강따라 길따라/가볼만한 길

봄을 품은 거제 지심도

부산지방국토관리청 2013. 2. 12. 15:24

 

유난히 추위가 기승을 부르는 겨울.

따사로운 봄을 기다리는 마음 간절한데,

이미 봄이 붉게 타오르고 있는 곳이 있다.제 지심도.

 

지심도는 한다발의 동백꽃처럼 섬 전체가 동백숲이다.

동백과 해송, 후박나무, 팔손이 등이 섬을 뒤덮고 있는데 수종의 70%가 동백이라고 한다.

거제 장승포항 지심도 터미널에서 도선을 타고 15분이면 지심도 선착장에 도착한다.

동백은 12월부터 피기 시작해 4~5월까지 그 꽃봉오리를 피우고 있기 때문에

봄이 오면 더욱 붉게 물든 지심도를 만날 수 있을 테지만,

2월 어느 겨울에 만난 지심도는 봄을 품고 있더라.

 

/ 선착장 풍경

/ 장승포에서 지심도까지는 15분거리다

/ 지심도 선착장

지심도(只心島).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섬의 생김새가 마음 심자를 닮았다 해서 지심도라고 부른다고 한다.

지심도 입구부터 이어진 동백나무 터널에 접어들면

수령이 수백년도 넘은 동백꽃이 이 겨울에도 붉은 꽃을 피워내고 있다.

 

진초록의 반들반들한 잎새에 매달린 동백꽃은 작은 항아리 모양으로 입을 벌리고 있다.

붉은 꽃잎 속에 숨어있는 샛노란 꽃가루가 요염한 빛을 발한다.

 

 

 

지심도의 길은 평탄해서 구석구석까지 이어진 오솔길을 걸으면서 감상하는

바다의 절경은 지심도만의 매력.

 

하지만, 이 섬 곳곳에는 일제의 상흔이 가득하다.

탄약고를 비롯해서 포진지, 서치라이트 보관소, 활주로, 일장기 게양대 등

일제 강점기의 흔적이 오롯이 남아 있다.

뼈아픈 상처지만 결코 잊거나 간과할 수 없는 우리의 아픈 역사.

 

/ 일제 강점기 때의 포진지

/ 일제 강점기 때의 방향석

/ 원형이 보존된 일제 강점기 시절의 소장 관사

지심도 해안전망대에서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해식절벽 또한 절경이다.

망루에서 바라본 만경창파의 푸른 바다 조망은 상쾌하고도 시원하다.

 

 

 

 

 

겨울의 문턱부터 하나둘 피어난 동백꽃은

3, 4월이면 지심도를 온통 붉은 별로 수놓을 것이다.

 

진초록 나뭇잎과 함께 가지 위에서 꽃채 툭 떨어진 동백은

바닥에서 또 한번 꽃을 피운다.

 

 

 

이리저리 길에 떨어진 동백을 누군가 한데 모아 놓았다.

 

송이째 길에 떨어진 빨간 동백은 땅에 떨어져도 결코 추하지 않다.

겨울에 꽃이 핀다 해서 동백(冬柏)이라고 한다.

 

 

오솔길 따라 걷다보니 길에 떨어진 동백을 집게로 주워서

이런저런 모양으로 동백꽃다지를 만들고 있는 관리인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장승포항으로 귀환하는 배에서 만난 '동백꽃 어르신'.

길위에 떨어진 동백을 모아 또다른 꽃다지를 만드신 어르신의 모자가 붉디 붉다.

 

2월 어느날 조금 이른 감이 없진 않지만,

지심도에선 수줍게 숨어서 웃고 있는 봄을 살짝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