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따라 길따라/가볼만한 강

시인 구상 문학관

부산지방국토관리청 2013. 1. 3. 15:00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는 낙동강을 소재로 왕성한 시작(詩作) 활동을 한 구상 문학관이 있다.

 

구상(具常. 1919~2004) 시인은 한국 시단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시인으로

그의 작품은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등으로 번역되어 세계문학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된다.

지난 1999년과 2000년에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인의 작품세계와 생애를 재조명한 구상문학관을 둘러본다.

 

 

문학관 마당 한쪽에는 '그리스도 폴의 강' 시비가 있다.

 

 

 

문학관 전시실에는 구상 시인의 흉상,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서한,

이중섭 화가의 그림, 중광스님의 그림, 도자기류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외에도 시인의 소장품과 작품, 원고 등이 전시되어

구상 시인을 만나기에 이만한 공간은 없을 듯하다.

 

 

 

'꽃자리' / 구상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나는 내가 지은 감옥 속에 갇혀 있다

너는 네가 만든 쇠사슬에 매여 있다

그는 그가 엮은 동아줄에 묶여 있다

 

우리는 저마다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났을 때

 

그제사 세상이 바로 보이고

삶의 보람과 기쁨도 맛본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문학관 자리는 원래 구상 시인의 집이 있던 자리로 '관수재(觀水齋)'를 새로 복원하였다고 한다.

구상 시인은 지난 1953년에서 1974년까지

이곳 칠곡군 왜관읍 현재의 문학관이 있던 낙동강 가에서 살았다고 한다.

 

그는 이곳에 '관수재(觀水齋)'라는 서재를 마련하여 기거했는데

당호의 의미는 관수세심(觀水洗心:흐르는 강물을 보면서 마음을 씻는다)으로

낙동강이 시인의 작품세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강(江)' / 구상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가듯

태백(太白)의 허공 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 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밭을 이룬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 구상문학관.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6일 785-84. 054-973-0039